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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udy

배달의 민족 B마트 이용 후기

2019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을 때, IT 업계를 크게 흔든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민족 마케팅을 열심히 펼치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매각 소식이다. 그것도 경쟁 업체이던 딜리버리 히어로로의 인수·합병 발표는 많은 사람을 동요하게 했다. 이 큰 변화와 도전에는 어떤 생각들이 담겨있을까.

 


 

최근에 'B마트'를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주말 아침에 찜닭이 너무 먹고 싶은데 가게들은 오픈 전이고 쓱배송을 이용하자니 당일 배송을 이용한다고 해도 바로 받기는 조금 힘든 상황. 어떻게 할까 배민 앱을 들락날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B마트였다.

 

 

찾아보니 배민은 지난해인 2019년 11월, '배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산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식 출시를 하면서 'B마트'로 서비스명을 변경한 것이라 한다. 1, 2인 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하여 간편식과 생필품 등 2500여 개 제품을 서울 전역 1시간 이내 배송을 목표로 서비스 중이다.

 

식료품 바로 배달 서비스

 

상품의 배달은 배민 라이더스와 배민 커넥트 라이더 등 배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력 풀로 해결했다. 특히 배민 커넥트는 일반인도 파트타임으로 라이더로 활동하면서 배달료를 벌 수 있는 서비스인데 배민이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 앱의 안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랩이나 고젝 같은 사례를 보면 하나의 서비스로 시작한 앱이 연관된 서비스들로 확장해나가며 '슈퍼 앱'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들을 하나, 둘 더해 일상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B마트를 별도의 앱으로 분리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B마트에서는 '봉다리'라는 메타포를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배민 특유의 키치함이 잔뜩 묻어난다. 

봉다리를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서비스로도 풀어냈다. 광고 문구로 "한 봉다리도 바로 배달"과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고 마케팅 상품으로는 'B마트 추천 봉다리'가 있다. 추천 봉다리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같이 이용하면 좋을 만한 상품들을 묶어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매 당시에는 새해 맞이 배달 팁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특히 B마트를 두 번째 이용하던 날 진가를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앞에 다 와서야 편의점을 들렀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는데 하나 사자고 온 길을 되돌아가기가 너무 귀찮은 것이다. 와중에 B마트가 떠올랐다. 마침 배달 팁 0원 이벤트 중이었기도 하고.

 

 

B마트의 주문 최소 금액은 5,000원 이상이고, 이 금액 이상부터는 별도의 추가금 없이 배달이 가능하다. 수취 방법은 '지금 받기'와 '나중에 받기'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나중에 받기는 30분 단위로 지정이 가능하다. 쓱 배송을 이용하면서 늘 아쉬웠던 점이 배송 시간 폭이 3시간으로 너무 넓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3시간은 생각보다 꽤 스펙트럼이 넓어서 주말에 배송을 위해서 시간을 홀드해 놓기에는 부담이 될 때가 많다. 

 

 

결제를 완료하면 카카오 알림톡으로 메시지가 온다. 물론 앱 내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주문내역 탭에서 상단 네비 바를 터치하면 서비스별로 내역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UI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일단 상단 네비 바 영역이 너무 좁고 작다.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디자인한건지 모르겠지만 사용성 면에서 봤을 때 최소 터치 영역에 못 미칠뿐더러 sort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배달 중일 때에는 실시간으로 라이더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B마트는 자체 도심형 물류 창고를 만들어 주문이 들어오면 기사가 배송지 근처의 창고에서 물건을 픽업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회사인 배민 라이더스와 배민 커넥트를 이용해 민첩한 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B마트로 주문한 물건은 친환경 비닐봉지에 담겨 배달된다. 

여기서도 봉다리를 사용했다. B마트가 내세우고자 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적은 양의 품목을 봉지에 넣어 오토바이로 간편하게 배달받는 서비스가 바로 B마트만의 차별점으로 보인다.

 

주문한 물건이 여성용품이라 안이 보이지 않는 종이봉투에 한 번 더 넣어 이중 포장을 해준 듯하다.

 


 

약간 다른 얘기를 하자면, 5년 전 지인의 창업을 도와 몇 개월 동안 사업을 함께한 적이 있었다. 서비스 이름은 ‘코스트코 가는 남자(이하 '코가남')’로 코스트코의 상품들을 대신 구매하고 배송하는 물류 유통 서비스였다. 그때에는 아직 코스트코가 배송 서비스를 하기 전이었다. 우리가 힌트를 얻었던 부분은 퀵 서비스와 심부름 대행업체들이었다.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간단한 심부름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들이 있었는데 이용률이 꽤 높다고 했다.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만 바쁘다. 일부는 돈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과감히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시간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따라서 코가남에서는 배송에 차등을 주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실 그때는 시스템이랄 것도 없어서 테스트로 수도권에 주문이 들어오면 함께 일하는 팀원 중 하나가 직접 운전을 해서 가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직배송을 하기도 했다. 코스트코 가는 남자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도 고객과 조금 더 가까운 유대 관계를 만들면서 배송 서비스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길 바라는 목적에서였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커머스의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판매와 유통 체계도 변해야 한다. 커머스의 핵심이 더는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것에 있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흐름을 잘 읽고 과정의 불편함을 제거하면서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 사랑받는다.

 

우리는 비록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지 못했지만 B마트를 보니 괜히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앞으로의 서비스의 행보에 기대가 많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