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씩 회사에서 디자인 스터디를 진행한다. 주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책을 읽거나 관련 아티클을 정리해 발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카피'라는 도서를 3번에 걸쳐 다루었다. 실물 크기는 한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을 정도로 조그맣지만, 구성은 꽤 알차다.
디지털 제품을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마이크로카피는 정말 중요하다. 알맞은 상황에 적절하게 배치된 마이크로카피는 단순 텍스트 그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UX를 설계하고 화면을 그릴 때마이크로카피를 잘 활용하는 것 또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번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주 옆에 두고 작업에 참고하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스터디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정리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킨너넷 이프라는 이스라엘 최초의 마이크로카피 스튜디오인 네말라를 운영 중이다. 관련해서 10년 넘게 연구를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강의를 하거나 실무를 위한 마이크로카피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조금 회의적이었다. 마이크로카피는 일종의 글이고, 글은 문화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한국의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옮긴이 변상희 님도 관련된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원문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면서 저자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번역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은 글로벌하게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언어적 특징 보다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위주로 다루고 있다.
책은 보이스앤톤, 경험과 참여, 사용성의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 보이스앤톤 디자인에서는 마이크로카피의 탄생 배경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2009년, 조슈아 포터가 본인이 운영하는 보카르도 블로그에 <Writing Microcopy>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업로드하면서 '마이크로카피'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온라인 거래의 5~10%가 청구서 주소 입력 에러로 실패하고 있어 금전적 손실 발생하고 있었는데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의 주소와 같은지 꼭 확인해 주세요."라는 문장을 하나 추가하여 이를 해결했다고 한다. 정확한 카피라이팅 덕분에 에러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고객 전환이 개선돼 수익이 늘어난 사례이다.
조슈아 포터는 자신이 한동안 고민해 왔던 이런 생각 즉, '몇 개의 단어만 정확한 위치와 타이밍에 추가함으로써 사용자 경험(UX)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라는 내용을 블로그 구독자와 공유했고 더 나아가 이런 유형의 카피에 '마이크로카피 microcopy'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럼 마이크로카피를 써넣으면 모든 게 해결될까? 예상하겠지만 아니다. 첫 단어를 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의 파트 1이자 1장에서 가장 처음으로 다루고 있는 보이스앤톤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거듭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컴퓨터를 다룰 때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 같은 사회적 규범을 따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사람들은 컴퓨터나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정중하게 대하고, 주어진 태스크를 완수했을 때 그들에게서 잘했다는 칭찬과 같은 정중한 반응을 기대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언어가 인터페이스를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주요 요소라는 점이다. 인터페이스의 언어는 사용자의 마음을 얻고 사용자가 반응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감정적인 연결 고리를 만든다. 인터페이스의 성격이 일관되지 않을 때, 특히 콘텐츠와 같은 언어적 요소와 보이스 톤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는 의심을 품게 되고 거부감을 느낀다.
마이크로카피 작성 전, 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보이스앤톤을 디자인해야하는 이유다. 보이스앤톤 디자인은 수많은 방법과 스타일로 작성될 수 있으며, 각각의 브랜드는 그 목적에 맞게 가장 잘 맞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내부 작업 문서나 브랜드만의 공식 가이드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트 2: 경험과 참여에서는 정의된 보이스앤톤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서비스의 주요 기능인 회원가입, 로그인, 비밀번호 복구부터 404 에러까지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내용을 예시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실무를 하면서 자주 참고하고 찾아보면 좋을 만한 부분이다. 여기서 다룬 꼭지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실제 사례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경험과 참여에서 살펴본 CTA 전략 및 메시지를 이용한 마이크로 카피의 주된 목적은 사용자의 감성적 경험과 참여를 만들거나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용자가 일단 행동을 취했고 웹 사이트나 앱에서 (회원가입이나 구매와 같은) 프로세스를 시작했으니 마이크로카피의 목적은 바뀐다. 마지막 파트인 파트3: 사용성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사용자를 위한 정서적 경험의 창출에서 명확성과 실용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좋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테스크를 완료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로 평가된다. 따라서 심플한 언어로 정확하고 간결하게 필요한 설명만 할 수 있도록 한다. 가능한 한 적은 단어로 꼭 필요할 때만 마이크로카피를 작성하라는 뜻으로 사용성을 높이고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마찰을 방지해 사용자가 빠르고 쉽게 프로세스를 끝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면,
최소 5글자에서 최대 40글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 5~40글자 이내
마이크로카피 라이터가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이미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지원 담당자에게 묻거나 사용성 평가, 모니터링 및 분석 도구 등을 이용해 마이크로카피가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의 시선으로 프로세스를 확인하고, 질문이 생길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용자가 물어볼 수 있는 일반적인 질문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리해보면, 마이크로카피는 사용자와 인터페이스 사이를 잇는 언어적인 연결이다. 책에서는 이를 사용자 경험이라는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로카피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을 만들고 경험을 설계하는 UX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마이크로카피가 UI에 추가할 수 있는것
-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사용자를 사로잡는다.
- 마이크로카피는 사람이 기계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줄여주고, 딱딱하고 로봇같은 관계를 인간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 사용성을 향상시킨다.
- 잘 작성된 마이크로카피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사용자가 행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는 귀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 브랜딩과 차별화를 강화한다.
- 브랜드와 타깃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만든 마이크로카피는 브랜드의 성격을 돋보이게 하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여러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카피가 필요한 곳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정확한 말로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스스로 많은 단어로 된 여러 가지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UX에 문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훌륭한 프로세스에는 사용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따로 설명이 필요 없도록 디자인된 UX가 있어야 한다. 프로세스에 단어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글을 작성한 곳을 전부 확인하고 이를 UX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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